"석달전 예약 수술, 무기한 연기…생명 갖고 이래도 되나"

입력 2024-02-19 18:34   수정 2024-02-27 16:24


“지난해 말 어렵게 잡은 진료가 예약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됐습니다.”

최근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로부터 진료 취소 문자를 받은 40대 A씨는 “암검진을 받기 위해 회사에 연차까지 냈는데 의사들이 자신들의 사정이 중요하다고 할 뿐 정작 환자의 사정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가 집단사직에 나서면서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이 현실화하고 있다. 19일 가장 먼저 일부 전공의가 파업에 들어간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시작으로 20일부터 ‘빅5’(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까지 가세하면 의료 현장의 혼란이 더욱 가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장 먼저 진료 중단한 세브란스
19일 오전 10시께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로비는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진료 취소 통보에 내원자가 줄어서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은 이날 오전부터 추가 접수를 하지 않았다. 암투병 중인 한 남성은 이날 오전 응급실 앞에 도착하고도 10여 분간 병원에 들어가지 못했다.

중증 환자도 큰 불편을 겪었다. 오전에 외래항암약물치료센터는 진료 대기 시간이 최대 4시간으로 늘어났다. 환자 김모씨(79)는 “평소 대기시간은 1~2시간”이라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가 업무에 참여하지 않았다. 세브란스를 포함해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부터 전면 업무 중단에 들어간다.

빅5 전공의는 총 2745명으로 전체 전공의 1만3000명의 21%를 차지한다. 세브란스병원 측은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할 계획”이라며 “수술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였다”고 했다.

현재까지 전국 38곳의 대형 병원 전공의들이 진료 중단 입장을 밝힌 상태다. 주요 대학병원은 이날부터 주요 수술을 줄이기 시작했다. 하루 200~220건을 수술하던 삼성서울병원에선 20건이 연기됐고, 20일에는 70건이 줄어든다. 다른 병원들도 수술 및 진료 스케줄을 재조정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곧 출산을 앞둔 김모씨(34)는 “자연 분만을 희망했지만, 성모병원에서 갑자기 ‘파업 여파로 제왕절개 수술로 변경해야 한다’며 수술 날짜를 지정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자연분만 전담 인력이 무한 대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전임의(임상강사), 대학교수가 당직근무를 서며 메우고 있지만 대체 인력이 없어 수술 건수가 갈수록 급감할 전망이다. 병원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진료 보조(PA) 간호사 등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 의사 집단행동 엄정대응
법무부와 경찰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강력히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동자에 대한 구속 수사까지 거론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확실한 의사의 경우 체포영장을,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는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전국 9개 병원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서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병원 인근에 경찰 기동대를 배치했다.

안정훈/정희원/이영애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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